지식 · 독후감

변방을 찾아서

강석이 2015. 6. 23. 16:02

변방을 찾아서/신영복

 

지혜는 자기와의 불화이고 시대와의 불화이다. 지혜가 고요와 깨달음의 초월공간이라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지혜에 대한 오해이다. 마찬가지로 무소유역시 사회와의 불화이다. 타인의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격리시켜주는 소유라는 이름의 요새, 그 완고한 요새를 항한 싸움이다.

 

성채가 무너지는 것은 대체로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고립이고 둘째는 내분이다. 고립은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며, 내분은 더 큰 소유를 부르는 자기 논리 때문이다. 소유란 사람과 물건이 맺는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내는 관계이다. 물건을 다른 사람의 접근으로부터 차단하는 격리와 고립이 소유이다.

 

추억이란 세월과 함께 멀어져 가는 강물이 아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숱한 사연을 계기로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를 거듭할수록 우연이 인연으로 바뀐다고 하는 것이리라.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사소한 일들도 결코 우연한 조우가 아니라 인연의 끈을 따라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필연임을 깨닫는다.

 

세상에는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세상에는 이 두 종류의 사람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세계에 자기를 잘 맞추는 사람이고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다.

세상을 자기에게 맞춘다는 의미가 세상을 인간적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라면 글자 그대로 어리석기 짝이 없다. 그러나 역설적인 것은 이처럼 우직한 사람들에 의해서 세상은 조금씩 새롭게 바뀌어 왔다는 것이다.

 

인류사는 언제나 변방이 역사의 새로운 중심이 되어 왔다. 역사에 남아 사표가 되는 사람들 역시 변방의 삶을 살았다. 오리엔트의 변방이었던 그리스.로마, 그리스•로마의 변방이었던 합스부르크와 비잔틴, 근대사의 시작이 되었던 네들란드와 영국,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문명은 그 중심지가 부단히 변방으로 변방으로 이동해 온 역사이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가장 결정적인 전제가 있다. 변방이 창조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심부에 대한 열등의식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를 청산하지 못하는 한, 변방은 그야말로 변방에 지나지 않는다. 컴플렉스는 한 개인의 경우도 절대적이다. 그의 판단에 최후까지 옝향력을 행사 한다. 안경 하나, 단어 하나 고르는 경우도 콤플렉스는 작용하고 헤어스타일이나 가방 하나를 선택할 때도 어김없이 끼어든다. 무서운 것은 콤플렉스의 개입을 본인 스스로 자각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연암 박지원의 늦게 배운 공부, 이성계의 건국, 정조의 노론세력에 의한 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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