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 독후감

소유냐 존재냐 / 에리히 프롬

강석이 2012. 7. 11. 17:54

일상적 경험에서의 소유와 존재

 

□ 학습

소유적 실존양식에 길든 학생들은 강의 를 들을 때, 놓치지 않고 어휘를 경청한 뒤 그 논리적 연관과 의미를 파악하여 가능한 한 모조리 노트에 기록한다. 그래서 필기한 것을 나중에 암기하여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거나 생산할 필요가 없다.

존재양식으로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는 학생들은 학습과정에서 전혀 다른 특질을 보인다. 우선 그들은 첫 강의부터 백지상태로 참여하지는 않는다. 그 강의가 다루는 주제를 미리 고찰하고 특정한 문제와 의문에 대해서 골몰한다. 그들은 그저 수동적으로 낱말과 사상을 수신하지 않고 경청하며 듣는 데에 그치지 않고 능동적이고 생산적으로 수용하고 대응한다.

 

□ 기억

우리는 소유양식으로 기억할 수도 있고 존재 양식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두 형태는 우리의 기억이 연결되는 방식에 따라 본질적으로 구분된다. 소유양식으로 기억할 때는 전적으로 기계적으로 연결된다. 또는 순전히 논리적연관에 바탕을 둔 기억의 연결일 수도 있다. 존재양식의 기억은 능동적 활동이다. 말, 사상, 장면, 그림, 음악 같은 것은 능동적 활동으로 우리의 의식 속에 환기된다. 예를 들어 만약 내가 두통이라는 말에 연결시켜서 "고통"이나 "아스피린"이라는 말을 연상한다면, 나는 논리적 인습의 궤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두통"이라는 말에 이어서 "스트레스"나 "분노"라는 말을 연상한다면, 나는 해당사실을 그 원인들에, 지금 껏 그 현상에 골몰한 덕분에 그 가능성을 통찰하게 된 원인들에 묶고 있는 셈이다. 존재적 실존양식에서의 기억행위는 일찍이 보았거나 들었던 것을 소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기록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기억력을 퇴화시키는가를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아도 얼마든지 관찰할 수 있다.  낱말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베껴쓰는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최소한 요점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학생들보다 확률상 이해력이나 기억력에서 더 떨어진다는 사실을 교사들은 얼마든지 관찰할 수 있다.

 

□ 대화

소유와 존재의 실존양식의 대화를 할때 확연히 드러난다. 그 어느 편도 자기 쪽의 견해를 바꿀 생각을 하지 않을 뿐더러 상대편이 그러리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놓치는 것을 두려워 한다. 왜냐하면 그 견해는 그들의 소유물이며,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손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유적 인간은 자기가 가진 것에 의존하는 반면 존재적 인간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 기탄 없이 응답할 용기만 지니면 새로운 무엇이 탄생하리라는 사실에 자신을 맡긴다. 그는 자기가 가진 것을 고수하려고 전전긍긍하느라 거리끼는 일이 없기 때문에 대화에 활기를 가지고 임한다. 그의 활기가 전염되어 대화의 상대방도 흔히 자기중심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 독서

예술성 없이 싸구려로 만들어진 소설을 읽는 과정은 백일몽과 같은 형태이다. 그런 독서는 생산적 반응을 허용하지 않는다. 발자크의 소설 같은 것은 생산적 독서 존재양식으로서의 독서를 가능케 한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책들도 십중 팔구는 소비형태 즉 소유양식으로 읽힌다. 이와 달리 존재양식으로 책을 대하는 독자는 아무리 저명한 저서라도 다소간에 무가치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확신에 이를 수 있다. 어쩌면 그는 때로는 작가 자신보다 그책을 더 잘 이해할 수도 있다. 작가에게는 자신이 쓴 것이 모조리 중요하게 보였을 테니까.

 

□ 권위행사

권위를 소유하고 있느냐, 아니면 권위로 존재하느냐이다. 두 가지 실존양식으로서의 권위가 어떤 것인가를 이해하려면 우선 이개념이 상당히 광범위하며 전혀 다른 두가지 뜻을 지니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즉 합리적 권위냐 비합리적 권위냐이다. 합리적 권위는 그 권위에 의존하는 인간의 성장을 촉진시키며, 권능을 바탕으로 한다. 비합리적 권위는 권력을 바탕으로 부지되며 권력에 굴하는 사람들을 착취한다.

존재양식의 권위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능력뿐 아니라 고도로 자기 실현과 자기완성을 이룩한 인간의 인격을 바탕으로 세워진다. 그런 인물에게서는 저절로 귄위가 배어 나온다. 그러니 굳이 명령을 내리거나 위협하고 매수할 필요가 없다.

제복과 칭호가 곧 권능을 구성하는 자질과 동일시 되는 현상은 반드시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권위를 소지하면서 그것에서 이득을 취하는 사람 편에서는 힘없는 인간들의 실제적 사고능력, 즉 비판적 사고능력을 마비시켜서 그 허구를 믿게끔 심복시켜야 한다.

 

□ 지식

지식 영역에서의 소유와 존재의 실존양식의 차이는 '나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와 '나는 알고 있다'라는 두가지 어법에서 드러난다.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함은 이용할 수 있는 지식을 획득하여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는 알고 있다는 의미에서의 앎은 기능적인 것으로 생산적 사고과정의 한 부분이다.

앎(깨달음)은 미망을 깨뜨리는 것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비롯된다. 앎은 표면을 뿌리까지 뚫고 들어가서, 그래서 근원에 이르러서 적나라한 현실을 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진실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표면을 뚫고 들어가서 비판적이고 능동적으로 진실을 향해 가급적 접근하는 것을 의미한다.(보다 깊이 아는 것과 보다 많이 아는 것의 차이)

 

□ 신앙

소유양식으로서의 신앙은 아무런 합리적 증거가 없는 해답들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이다. 이런 종류의 신앙은 남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도식적 틀로 구성되어 있고 그 타인들에게 굴복되어 있는 탓에 그 틀을 그대로 받아 들인다. 그것은 관료주의 체계의 현실적 권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신앙 당사자에게 확신감을 가져다 준다. 그것은 하나의  큰 인간집단에 소속될 수 있는 입장권이며, 그렇게 회원이 됨으로써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어려운 과제를 면제 받을 수 있다.

소유양식의 신은 하나의 우상이 된다. 예언자들이 말하는 의미로는 인간이 만들어 낸 한낱 사물이며 말하자면 인간이 만들어 낸 피조물에 굴종하게 되며 그럼으로서 소외형태에 빠진 자신을 경험하게 된다. 우상은 한낱 사물이므로 우리는 그것을 소유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그것에 굴종하고 있음으로 해서 우상 역시 동시에 나를 소유하는 것이다.

존재양식으로서의 신앙은 특정한 이념들에 대한 믿음이 아니고 내적인 성향, 일종의 마음가짐이다. 이 경우에는 신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보다는 신앙 안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Amen이란 확실히 라는 뜻)

 

□ 사랑

사랑이라는 사물은 없다. 실재로 존재하는 것은 사랑의 행위일 뿐이다. 사랑이날 누군가를 배려하고 알고자 하면, 그에게 몰입하고 그 존재를 입증하며 그를 보고 즐거워 하는 모든 것을 내포한다. 그것은 그를 소생시키며 그의 생동감을 증대시킨다. 사랑은 소생과 생장을 낳는 과정이다.

그러나 소유양식으로 체험되는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구속하고 가두며 지배함을 의미한다. 이런 종류의 사랑은 생명감을 불러 일으키기는 커녕 목을 조여서 마비시키고 질식시켜서 죽이는 행위이다.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아직도 전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육체적 학대에서 정신적인 학대까지 무관심과 순전한 소유욕에서 새디즘에 이르기까지 어린이들에 가한 부모의 잔혹한 행위에 대한 보고들이 얼마나 충격적인가.

사랑하고 있음은 생산적 활동상태이므로 그 안에 들어서거나 그 안에 자리 잡을 수는 있겠지만 그 속에 빠질 수는 없다. 구애하는 기간에는 그 어느 편이나 상대방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다. 연인들은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려고 부심한다. 그들은 생기에 넘치고 매력적이며 관심을 돋우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아직은 그 어느 쪽도 상대방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결혼과 더불어 상황은 근본적으로 변한다.결혼은 쌍방에게 상대방의 육체, 감정, 관심을 독점할 권리를 부여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을 일깨우려는 노력도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려는 노력도 수그러든다. 그들이 깨닫지 못하는 점은 두 사람 모두 서로 사랑에 빠졌던 그때와는 달리 이미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사랑을 소유할 수 있으리라는 그릇된 기대감이 결국은 사랑을 정지시켰다는 것이다.      

'지식 ·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 붕당정치 흐름도  (0) 2012.09.12
가압류, 압류 정의 및 배당순서  (0) 2012.09.10
아름다운 마무리/법정  (0) 2012.07.09
깨달음 - 법륜  (0) 2012.07.03
아름다운 마무리/법정  (0) 201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