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꿈꾸는 사랑§
《 영원히 타오를 수 있는 사랑 》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에게는 현실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그러기에 혹 현실이 고되고 어려울지라도 의욕을 가지고 살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상의 특권 중에 가장 행복한 것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생각이라 본다. 현실의 나를 잊어버린 채 나만의 이상형을 꿈꾸며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만큼은 내 자신만이 이야기의 주인공일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다. 스무살!! 부르면 부를수록 신이나고 설레는 때인 것 같다. 공부에 파묻혀 남자를 돌같이 생각해야만 했던 때를 지나 이제는 나만의 잣대로 남자들을 바라보고 감히 평가해보기도 한다.
이런 나는 어떤 사랑을 꿈꾸고 있을까?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그 소재로서 사랑을 다루지 않으면 흥행 성공이 어렵다. 그만큼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을 찾기는 쉬운 일인 듯 싶다. 하지만 내가 꿈꾸는 사랑의 방식을 찾기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저 대부분의 작품들이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두 남녀가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신분의 차이로 이루어지기 힘들다거나 둘 중 하나가 불치병에 걸려 한쪽이 매우 헌신적인 사랑을 나타낸다거나 삼각 관계에 처한 한 사람이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내용 등을 다루고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들은 재미있기는 하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은 듯 싶다.
그렇다면 정말 나는 어떤 사랑을 원하는 것일까?
솔직히 나는 평범한 결혼을 꿈꾼다. 책임감 있고 나와 성격 맞는 남자와 만나서 오붓한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내게 다소 희생이 가해진다해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을 듯 싶다. 하지만 사랑만큼은 정말 특별하고 아름답게 해보고 싶다. 문제는 내 아름다운 사랑의 기준이 무엇이냐이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주인공인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세 사람의 공통된 반응이 이 책이 정말 야하고 불륜적인 내용이라는 거였다. 사실 그렇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두 남녀가 더군다나 여주인공인 프란체스카에게는 남편도 있고 자녀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혼외 정사를 했다. 더 더욱 어이없는 것은 그들은 그러한 상황에 이르는 과정들 속에서 좀 더 친밀해지고 가까워지기 위해서 매 순간들을 거부하려하지 않았다. 프란체스카가 일부러 예쁜 옷에 자신을 치장하고 또 이성간에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킨케이드가 같이 촬영을 가자고 제안한 것 모두는 분명 의도된 계획이었다. 결혼 밖에서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갖는 것은 분명 간음이다. 그 점은 당연히 나로서는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난 이들의 육체적인 애정행위를 사랑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 단편적인 결론이라 본다. 난 그들의 진실한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나는 그들이 서로에게 가지는 배려에 이끌렸다. 일종의 비이기적인 사랑이라고 할까 ? 그렇다 내가 원하는 사랑을 난 비이기적인 사랑이라 정의 내리고 싶다.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는 정말 한눈에 반한 것 같다. 책에서도 프란체스카는 5초만에 킨케이드에 대하여 사랑을 느꼈다고 했다. 이야기의 전개 과정 중에도 킨케이드 역시 프란체스카에 대한 그만의 묘한 느낌을 표현한 것은 내게는 사랑의 시작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상대방의 배경을 보고 사랑하지 않았다. 단지 그 사람 자체만을 사랑했다. 정말 마지막의 킨케이드의 절절한 감정이 실린 편지를 읽으며 난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진실한 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들의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느낀 것은 그들의 사랑이 종이에 불이 붙듯이 강렬하게 타다마는 일회성사랑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육체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한 사랑이었다면 시간이 감에 따라 잊혀지기 쉽고 그저 한순간의 정욕으로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은은한 빛을 내며 결코 쉼 없이 타오르는 빛과 같았다. 어떻게 22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그들의 사랑의 빛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
가슴에 사무치도록 보고싶으면서도 상대방이 혹 곤란한 상황에 처할까 바 자신이 잘 있다는 연락 한번 하지 않는 킨케이드의 모습은 매정하다라기 보다는 더 숭고한 사랑을 위한 인내로 다가오는 듯 싶다. 킨케이드의 편지에서 그는 "철학적인 이성을 끌어대도 매일 매순간 당신(프란체스카)을 원하는 마음까지 막을 수는 없고 자비심도 없이 당신과 함께 보낼 수 없는 시간의 통곡 소리가 머리 속 깊은 곳으로 흘러들고 있다"(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본문 중에서)고 했다. 그만큼 그는 절절히 프란체스카를 원했다. 하지만 그는 참았다. 그저 삶을 정리하면서 프란체스카를 만난 사실에 감사하며 마지막에 완벽하게 그리고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거라는 말 한마디로 그의 사랑을 대변했다.
이 부분은 나로 하여금『와호장룡』의 "리무바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깊은 내공을 연마하고 북경에 돌아온 강호 최고수인 "리무바이"는 옛 애인인 "수련"을 만나지만 자신이 품고 있는 연정을 털어놓지 못한다. 영화의 내용을 보면 정말 "리무바이"와 "수련" 모두가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고 그 둘은 모두 결혼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왜 그렇게 감정에 솔직하지 못할까하며 영화 내내 내가 더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나는데 "리무바이"가 푸른 여우의 독침을 맞고 죽어가면서 마지막에 남은 힘을 수련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데 사용한다.
어쩌면 그들은 죽을 때까지 늘 변함없는 사랑을 지키고자 그랬던 것은 아닐까 ? 또는 굳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기에 그들은 언어로 된 형식적인 표현에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인지 두 작품에서 느껴지는 사랑은 내게는 그저 신성하게만 다가올 뿐이다. 감히 나로서는 따라하기 불가능한 방식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 방식은 왠지 부러우면서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흔히 사람들은 사랑에 조건을 달려고 한다. 특히 요즘 추세가 자꾸 배금주의로 흘러서 그런지 외모는 물론 학벌, 직업, 경제 수준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한번은 내가 아는 언니에게 이상형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난 무조건 돈 많은 남자" 라고 서슴없이 대답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그 언니만의 가치관도 중요하겠지만 세상에는 돈보다 중요한 조건들이 더 많은데 언니가 그러한 것들을 간과하는 것이 아쉬었다. 사실 조건을 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흔히 사람들은 사랑을 하면 결혼과 결부시키고 나 역시 지금까지는 해보지 못했던 나만의 사랑을 해본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해보기도 한다. 때문에 나에게도 어느 정도의 사랑의 잣대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랑보다도 그러한 조건에 너무 치중한다면 일생에 단 한번하기 힘든 진정한 사랑의 기회를 스스로가 포기하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사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지닌 상대방과 결혼을 하였다 하더라도 사랑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랑하는 이와 결혼했다기 보다는 조건과 결혼했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킨케이드와 프란체스카의 사랑은 순수했다고 본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지 않았다. 프란체스카는 그의 대학 졸업 여부도 몰랐다. 다만 결혼을 했었고 이혼을 했다는 점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킨케이드도 프란체스카가 남편이 있고 아이들이 있다는 점 그 이상에 대해서는 몰랐다. 하지만 그들 각자에게서 풍겨 나오는 내면적인 아름다움에 있어서 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진정한 상대방에 대한 지식은 아닐까 ?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고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의 대부분의 활동들이 주고 받기(Give And Take)식이기 때문이다. 그 만큼 사랑은 서로의 진정한 관심과 배려로서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충족시켜 줄 때만이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만난 지 100일이 되었다고 100송이의 장미꽃을 들고 내게 이벤트를 열어 줄 수 있는 사람보다 평상시에 내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더 좋다. 그리고 내가 말 안 해도 내 눈빛만 보고도 나의 마음 상태를 알아 줄 수 있는 사람을 바란다. 겉으로는 밝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내 보습을 보면서도 이면에 숨겨진 나의 힘든 상황을 알고 짧게라도 문자로 "힘내"라고 보내줄 수 있는 그런 센스있는 사람과 함께 사랑하고 싶다.
나는 비이기적인 사랑을 꿈꾼다. 내 스스로가 고귀해 보이기 위한 미사여구가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란 어느 정도의 희생이 따른다는 전제하에 정의 내린 말이라 본다. 솔직히 말해서 난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한다면 매일 밤 그의 발을 닦아주고 안마해줄 것이다. 설사 내가 힘들고 피곤할 지라도 나는 더 행복할 것 같다. 프란체스카와 킨케이드가 비록 만날 수 없으면서도 서로가 그토록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밑바탕을 한 비이기적인 사랑을 서로가 나타내어서가 아닐까 싶다. 나는 상상이라는 특권의 이름으로 그런 사랑을 꿈꾸며 또 그런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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